형제봉(462m)은 평창동 뒷산이자 국민대학교 뒷산이다. 이름처럼 두 개의 봉우리가 비슷한 높이로 솟았는데, 형은 육산이고 동생은 바위봉우리라 이채롭다. 난이도는 ‘쉬움’으로 되어 있으나, 산세가 가파르고 짧은 바윗길이 곳곳에 숨어 있어 너무 만만하게 보면 어려울 수도 있다. 형제봉만 올랐다가 하산한다면 산행은 3km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짧지만, 산행의 즐거움은 결코 작지 않다. 짧은 코스 안에서 풍성한 숲길과 시원한 바위 전망대가 번갈아 나타나 지루할 틈이 없다. 평창동과 성북동 일대를 번갈아 구경하는 경치도 이채롭다.두 개의
그의 집을 방문했을 때, 작은 충격을 받았다. 월간 전호가 책장에 빼곡히 꽂혀 있었고, 등반장비와 등산용품이 단정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책과 등산 장비를 제외하곤 최소한의 살림살이만 있어, 생활이 독서와 등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때가 2011년이었다. 2005년부터 산악인 인터뷰를 해왔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사실 그는 인터뷰하기 어려운 성향이었다. 웃기만 할 뿐 극도로 말을 아꼈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웃음으로 답하니, 기사를 쓸 건더기가 없었다. 김원식(80) 독자는 스스로를 낮추는 데 일가견이
미국과 유럽 같은 선진국에 비해 유교 문화가 남아 있는 우리나라는 장기기증 수치가 무척 저조하다. 인구 100명당 뇌사 장기기증인 수치가 스페인 48명, 미국 33명, 프랑스 30명, 영국 25명인데 한국은 9명이다. 매일 7.2명의 환자들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숨을 거두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조건 없는 사랑으로 장기를 떼어 주는 기증자들의 따뜻한 마음과 달리, 각종 법과 규제로 묶인 현실은 콘크리트 벽처럼 차갑다. 2011년부터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본부) 같은 민간단체가 신규 환자 등록을 받지 못하게 법이 바뀌었
신기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콩팥(신장) 두 개 중 하나를 떼어 준다는 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것도 돈 한 푼 받지 않고서 말이다. 신장을 기증한 사람들의 한라산 산행, 이 말을 줄인 ‘신기한 산행’에 동행했다. ‘신기한 산행’은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가 주최하고 한화생명이 후원한 신장 기증자를 위한 산행이다. 1991년부터 지금까지 생존 시 타인을 위한 신장 기증에 동참한 전국 970여 명의 기증자 중 52명이 참가해 11월 11일부터 13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렸다. 첫째 날 전국 각지에서 제주도에 집결, 서귀포에 자리한 라
중국을 좋아하지 않았다. 국제정세를 둘러싼 문제도 있겠지만, 미세먼지의 원산지란 생각에 마음 깊은 곳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거부감을 무너뜨린 건 산이었다. 북경 공항에 내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나타난 풍경에 입이 벌어졌다. 설악산 같은 화려한 바위산이 동네 뒷산처럼 널려 있었고, 산줄기의 압도적인 위용에 홀려 버스로 이동하면서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황산, 태산, 노산은 알았지만 백석산白石山(바이스산 2,096m)은 처음 들었다. 조선족 가이드는 북경에서 200㎞ 떨어져 있는데다 최근에 고속도로가 뚫려 접근이 수월하다고 알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진짜 그랬다. 히로시마 시내를 벗어나자, 설원이었다. 도쿄나 부산보다 위도가 남쪽인 히로시마에서 이렇게 눈 구경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시내에는 전혀 눈이 없었기에, 소설 의 그 유명한 첫 문장처럼, 설국의 게이샤 고마코를 처음 만난 순간처럼, 설경이 가슴속으로 와락 안겨왔다.산간도로로 들어서자, 오쿠보 야스시씨는 핸들을 더 꽉 부여잡았다. 산악가이드로 동행한 오쿠보씨는 교토대 산악부(74학번) 출신이며, 일본산악협회 알파인클라이밍 A급 자격을 비롯해 산악상급지도원 자격까지 보유한
한국에 해파랑길이 있다면 일본에 미치노쿠 시오카제 트레일이 있다. 해파랑길이 동해안 절경의 해안선을 이은 걷기길이라면, 시오카제 트레일은 일본 최고의 해안 풍경으로 꼽히는 미치노쿠 해안선을 잇는 700km의 장거리 걷기길이다.미치노쿠陸奥란 일본 동북 해안지역을 부르는 옛 이름이다. 본토인 혼슈 북부에서도 태평양에 접해 있는 아오모리,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 지역을 말한다. 시오카제潮風란 바닷바람이란 뜻으로, 미치노쿠해안선을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길이란 뜻을 담고 있다. 영문으로는 ‘Michinoku Coastal Trail미치
40분 이상 걸리던 길이 23분으로 확 줄었다. 차가 안 막히는 시간조차 신설동에서 버스를 타면 우이동 도선사 입구까지 40분은 걸렸다. 교통체증에 따라 정확한 도착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워 산행 약속에 늦는 일도 다반사였다. 우이동에서 만날 때 “차가 너무 막혀서”라는 말 한마디면 언제나 면죄부를 받을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그런 핑계가 통할 수 없게 되었다.9월 2일 우이신설경전철(이하 우이경전철)이 개통했다. 우이경전철은 신설동과 우이동을 잇는 11.4km 노선으로 신설동역~보문역~성신여대입구역~정릉역~북한산보국문역~솔샘역~삼양사
아시아의 걷기 마니아들이 일본 돗토리현에 모였다. 아시아 트레일즈 컨퍼런스(Asia Trails Conference・이하 ATC)가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일본 돗토리현에서 열렸다. 그동안 제주 올레의 주도로 제주도에서만 트레일즈 컨퍼런스가 열렸던 걸 감안하면 이번 대회는 그 자체로 큰 성과라 할 수 있다.대회는 첫날 기념강연회로 시작되었다. 돗토리현 구라요시 미라이추신 세미나룸에서 열린 강연회는 대회를 주최한 히라이 신지 돗토리현 지사의 인사말로 시작되었다. 그는 “걷는다는 것은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 이라며 “이번
서울특별시산악연맹은 지난 4월 4일, 서울시청 시민청 동그라미방에서 ‘기억하는 50년 기대되는 50년’이란 주제로 미래 비전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서울시연맹 측은 “500여 가입단체의 연맹체로서 전문등반과 일반등산의 공존과 상생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고, 사회 구성원 간 이념적 대립이나 갈등도 산악운동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좌담회를 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좌담회는 박정헌 전무이사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미리 초청된 서울시연맹 관계자들이 돌아가며 발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참가한 조규배 회장 외
익스트림라이더 등산학교 동문회(회장 오성호)는 ‘인공등반 오늘과 내일을 말하다’란 주제로 지난 11월 29일 북한산 국립공원 내 생태탐방연수원에서 세미나를 열었다. 발표를 맡은 5명의 패널은 익스트림라이더등산학교(이하 ER등산학교) 강사와 졸업생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강인철 ER등산학교 교무는 국내 인공등반의 역사와 성장 과정, 현재 전국의 등산학교와 산악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상황을 소개했다. 그는 요세미티 위주의 해외 원정과 국내 인공등반 대상지 확대와 활발한 원정보고를 통한 정보교류, 인공등반 기술연구와 장
수도권 등산인들에게 인기를 누리고 있는 수락산의 명물 수락산장이 소송에 휘말렸다. 산장지기인 곽유진(62)씨는 지난해 갑자기 땅 주인이 나타나 밀린 임대료 1억8,500만 원을 내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산장 넓이는 17평이지만 수락산에 소유한 자신의 땅 17만 평을 계산해 산출한 금액이라고 한다. 이를 거부하자 산장을 철거하고 떠나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5월 8일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결론은 1년에 50만 원의 임대료를 내라는 것. 판결은 대한지적공사와 한국감정공사를 통해 공정하게 감정하여 건물 땅 17평 외에 주변 총 40평
코오롱등산학교 빙벽반에 중국인 교육생 4명이 참가했다. 주인공은 비밍샤(Bi Ming Xiaㆍ39), 리븐리(Li Ben LIㆍ38), 짜오쇼첸(Zhao Xiao Qiarㆍ35), 안이즈(An Yi Zhiㆍ30)씨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원쉔(Wen Xianㆍ41)씨와 박광해(33)씨가 함께 왔다. 교육은 1월 10일부터 15일까지 5박6일간 원주 판대아이스파크에서 진행됐다. 이들은 치과의사, 은행원, 세무사, 건축설계사, 토목기사 등 비교적 부유한 직업군이기에 자비를 들여 참가했다. 교육생 4명은 산둥성 연태시에서 왔고 지원조
통영 미륵산(458m) 정상은 야영에 환상적이면서 불편한 곳이다. 미륵산 정상 경치는 우리나라의 해안가 산들 중에서도 두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수준급이다. 한려해상의 환상적인 풍경과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의 아기자기한 해안선을 두루 즐길 수 있다. 공원마냥 데크를 크고 깔끔하게 설치해 놓아 여러 팀이 텐트를 치고 자도 불편이 없다. 미륵산 정상에서 여유롭게 감상하는 해넘이와 해돋이는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그러나 통영을 대표하는 산답게 등산객이 워낙 많아 산중 야영의 고즈넉한 맛이 없다. 게다가 케
석모도에서는 바다보다 산이 더 눈에 띈다. 옛사람들이 보기에도 석모도는 바다보다 산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는지 석모도의 행정지명은 삼산면(三山面)이다. 이곳 주민들도 어디 사냐고 물으면 “삼산 산다”고 하지, “석모도 산다”고 하지 않는다. 삼산이란 해명산, 낙가산, 상봉산을 뜻한다. 석모도에서 산행을 하면 보통 해명산과 낙가산은 가지만 상봉산은 가지 않는다. 일(一)자로 뻗은 능선의 왼쪽 끝에 있어 오른쪽 끝인 전득이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할 경우 거리가 멀다. 절고개에서 남쪽으로 하산해야 석모도의 명소인 보문사로 연결되는 것도 이유다.
북한산 백화사계곡 입구에 사람들이 모였다. 등산복보다는 운동화에 청바지를 입은 사람이 더 많다. 혼자 온 사람부터 부부, 모녀, 연인까지 다양하다. 인터넷 서점과 도서출판 비채에서 주최한 ‘저자와 함께하는 둘레길 체험’ 참가자들이다. 출판사 관계자 3명을 포함해 20여 명의 행사 신청자가 모였다. 북한산 둘레길 제10구간 내시묘역길을 이종성 선생과 함께 걷기 위함이다.저자인 이종성씨는 북한산둘레길 가이드북인 를 펴냈다. 가이드북이라 해서 길찾기와 정보가 주된 내용이라 짐작한다면 오산이다. 책은 에세이와
암벽등반의 메카인 북한산 인수봉은 과거 남자들로 북적거리는 곳이었다. 고도감을 극복해야 하고 힘을 필요로 하는 암벽등반의 특성상 주로 남성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남자들로 이뤄진 팀을 찾기 힘들 정도로 여성이 늘었다. 인수봉을 오르는 여성 등반인구가 얼마나 늘었고 그로 인한 변화는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9월 7일 인수봉을 찾았다. 꽤 선선해졌지만 지난 무더위의 후유증 탓인지 주말치고는 의외로 사람이 적었다. 적게는 4~5명에서 많게는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등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자가 없는 팀은 없었다. 10명 중 3명 정
서울 제일병원 입원실이 산꾼들로 붐빈다. 입원한 산꾼들과 문병 온 산꾼들 때문이다. 산악인 윤대표, 심권식, 유승현, 신현대씨가 한 병실에 입원한 보기 드문 일이 생긴 것이다. 다친 부위는 모두 다르지만 이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산에 대한 열정이다.윤대표, “도움 준 산악인들에게 고마움 전하고 싶다” 이들 중 맏형 격인 윤대표(61)씨는 한국을 대표하는 클라이머 중 한 명이다. 그는 1979년 아이거, 1980년 그랑드조라스와 마터호른 등 알프스 3대 북벽을 허욱(60)씨와 함께 한국인 최초로 올랐다. 외에도
“장애인들과 히말라야를 다녀오고 산행도 몇 번 했습니다. 그때마다 내가 도와주고 왜 내가 감동을 받는지 모르겠어요. 후천적 장애인들 대부분이 자살을 생각했다고 해요. 90%는 아직도 좁은 방에서만 살고 있어요. 이 사람들을 밖으로 끄집어내서 함께 산에 가는 것이 제 계획입니다.”8,000m 14좌를 완등한 산악인 김재수(52)씨가 대한산악연맹 대외협력위원장에 선임되었다. 그는 대외협력위원회를 통해 후천적 장애인들을 위한 산행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외협력위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다른 위원회를 돕는 일이 주였음을
산 좀 다닌 사람이라면 ‘국토지리정보원’이란 이름이 익숙하다.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행한 지형도로 산에 다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토지리정보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등산마니아들이 늘고 있다.국토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에는 모두 도북, 진북, 자북을 표시하고 있다. 독도에 참고하도록 도자각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도자각을 7°30´이라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도자각은 8°가 맞다. 코오롱등산학교와 한국등산학교에서 독도법을 20년 이상 강의한 박승기 강사와 GPS 강사인 남정권씨는 공통적으로 국토지리정보원이 1996년 도자